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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수, 8회말 3점 동점 홈런, 그리고 역전승<펌>



2008년 9월 19일 금요일, 오늘 태어나서 처음으로 야구를 보기 위해 아내와 딸과 교회의 성도들과 함께 클리블랜드의 프로그레시브 필드 야구장에 갔다 왔다.

아들은 카플리고등학교의 풋볼경기에 밴드부원이라서 응원하러 갔기 때문에 동행하지 못했다.

광복절 새벽에 연합새벽예배에는 야구장인 사직구장에 몇 번 간 적이 있지만 야구를 보기 위해 야구장에 가기는 오늘이 처음이었다. 일행들 대부분은 추신수 선수를 보기 위해 간 셈이었다.

 

클리블랜드의 Progressive Field 입구에서 일행을 만나기로 한 시간은 금요일 오후 6시 30분이었다. 시간에 쫓겨 가까운 주차장에 주차를 했는데 빌어먹을 주차비는 20불이었다. 그 곳을 나와서 다른 곳에 주차하면 약속시간에 늦을 것 같아 울며 겨자먹기로 주차했는데 일행 중 제일 비싼 주차장에 주차를 한 셈이 되었다. 싼 곳은 10불이고 주차장마다 제각각으로 주차비를 받았다.

 

입장료는 단체 할인을 받아 22불짜리 좌석을 11불로 구입했는데 1루측 5층이었다.

입구 C에서 일행을 기다리면서 기념촬영도 하면서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일행들은 모두 클리블랜드 한인 중앙장로교회의 성도들이었다.

 

오후 7시에 미국국가를 부르면서 경기가 시작되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경기장으로 들어서고 있었고, 우리도 표를 찾는데 약간의 문제가 있어 경기가 시작된 후에 이동했다.

나는 간식으로 먹기 위해 물과 병에 든 스타벅스 커피와 빵을 가져 갔는데 출입시에 물과 커피는 압수당했다. 들어가기 전에 커피를 마실까 하다가 아꼈는데 매우 아쉬웠다.

처음 야구 보러 가다 보니 준비가 허술했던 것 같았다.

 

겨우 좌석을 찾아 앉았는데 마침 1회말 클리블랜드가 공격하는 중이었다.

2사 후에 주자 없는 가운데 추신수 선수가 우익수겸 3번타자로 타석에 들어와 있었고,

그는 볼카운트 1-3에서 디트로이트 선발 아르만도 갈라라가의 5구째 공을 밀어쳐 좌측 담장을 넘기는 솔로홈런으로 연결했다. 솔로 홈런의 순간 함성이 경기장 전체에서 울려 나왔다.

추신수 선수가 홈팀 선수이자 한국인이기 때문에 감격이 더했다.

 

경기는 1대 0으로 앞섰지만 상대팀인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의 전체적으로 전력이 우세했다.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타율은 추신수 선수가 3할 4리였을 뿐 나머지는 모두 2할대였지만

상대팀은 4할대 1명, 3할대 3명, 2할 9푼 6리 등 2할대의 선수들도 높은 타율을 보이고 있어

타력에 있어서는 절대적으로 열세였다.

 

상대팀의 4번타자가 2점 홈런을 쳐서 역전이 되었지만 다시 클리블랜드에서 솔로 홈런을 추가해서 2대 2 동점을 기록했다.

 

5회초(?) 디트로이트 공격시에 데드볼이 발생했다.

볼에 맞은 선수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순순히 1루로 갔다.

그런데 투수가 1루 견제구를 던진 후에 갑자기 데드 볼로 출루한 그 선수가 투수에게 달려 들었고, 그로 인해 경기장 내에 양측 선수 전체가 뛰어들어 집단 난투극이 발생했다.

처음 경기장에 갔는데 이런 희안한 일도 다 보는구나 하는 생각과 미국선수들도 잘 흥분하는구나 하는 온갖 생각이 다 들었다. 견제구가 또 몸에 맞은 것 같지는 않았는데 왜 그렇게 흥분했는지는 의아했다. 이런 난투극이 발생했는데 그것에 대한 벌칙 등의 후속조치는 다소 약하다는 얘기를 일행으로부터 전해 들었다.

 

추신수 선수는 6회말에도 2사후 주자가 없는 가운데 깨끗한 안타를 치고 나갔으나 후발타자의 불발로 홈을 밟지는 못했다. 7회초에 또 타이거스의 4번 타자에게 2점 홈런을 맞고 4대 2로 다시 역전당했다. 8회에 다시 1점을 나주어 클리블랜드는 패색이 짙었다.

8회의 1점은 정말 오늘의 경기에서는 너무 아픈 한 점이었다.

중견수가 안타성 타구를 플라이 아웃시키기 위해 전력질주해 슬라이딩했는데 볼이 그만 새고 말았다. 그냥 안전하게 처리했으면 2루타 정도였는데, 놓치는 바람에 3루타가 되고 말았다.

그 때문에 희생플라이로 한 점을 더 잃었다.

 

경기는 점점 멱없이 끌려갔고 대부분의 클리블랜드 관중들도 거의 이길 가망성은 없다고 느끼고 있었다. 전광판에서 보여주는 기록은 추신수의 2안타와 다른 선수의 1점 홈런 외에는 안타가 기록되지 않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타격이 부진했었다. 운명을 가른 것은 8회말이었다. 주자없이 2 아웃 상태에서 1번타자가 2루타를 치고 나갔고, 2번타자는 4볼로 출루했다. 2 아웃의 주자 1, 2루 상태에서 오늘 최고의 타격감각을 보여주는 3번타자 추신수 선수가 타석에 들어섰다.

아마 추신수 선수보다는 그 앞의 2번타자와 승부를 했었어야 했는데 그를 4볼로 내보낸 것이 결정적인 실수가 되었다.

 

디트로이트는 추신수를 상대하기 위해 호투하던 선발 갈라라가를 내리고 대신 왼손투수 케이시 포섬을 마운드에 올렸다. 하지만 추신수 선수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포섬의 2구째 공을 제대로 잡아당겨 가운데 외야 펜스를 훌쩍 넘기는 3점 홈런을 날렸다. 추신수가 두 번째 홈런을 치면서 팀에 동점을 선물하자 프로그레시브 필드를 메운 홈관중들은 아낌없는 기립박수를 보냈다. 물론 나도 그 속에 끼어 환호했다. 그런 믿기지 않은 장면을 보기가 쉽지 않은데 말이다.

거의 모든 관중이 기립했다.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의 더티한 경기장 난동 장면을 보면서 야유를 보내던 관중들이 5대 2로 패색이 짙은 8회말 2 아웃 상태에서 나온 추신수 선수의 3점 홈런은 정말 모든 것을 날려버린 한 방이었고, 사막에서 만난 오아시스같았다. 관중들은 끊임없이 기립박수를 보냈고, 결국 추신수 선수가 덕아웃에서 나와서 관중들에게 답례인사를 할 때까지 계속되었다.

 

디트로이트의 9회초 공격은 중심타선인 3번타자부터 진행되었지만 클리블랜드의 마무리투수들이 삼진과 범타로 잘 처리해서 9회말 승리를 예감했다. 추신수 선수의 4타점 활약으로 5-5 동점을 만든 클리블랜드는 선두 타자가 몸에 맞는 데드 볼로 출루해서 무사 1루가 되었고, 다음 타자는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그 다음 타자가 안타를 쳐서 1사 주자 1, 3루 상태였다. 희생플라이 한 방이면 경기가 끝나기 때문에 외야수들은 전진수비를 하고 있었고, 제이미 캐롤가 친 공이 우익수를 넘기면서 클리블랜드는 극적인 6-5 역전승을 일궈냈다.

 

처음 보러 간 경기가 이렇게 흥미진진하게 진행되어 무척 기뻤다.

이기는 게임을 보는 것이 얼마나 기쁘겠는가?

홈팀이 이기는 게임은 또 얼마나 기쁘겠는가?

내가 좋아하는 선수가 주도적으로 잘 쳐서 게임을 이기면 정말 얼마나 기쁘겠는가?

나는 오늘 그런 기쁨을 맛보았다.

 

추신수 선수는 오늘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모든 팬에게 영웅이었다.

같은 한국인으로서 이렇게 기쁠 수가 없다.

같은 부산 출신이라서 더 기뻤다.

 

계속 더 열심히 연습하고 훈련해서 계속 좋은 성적을 거두길 바란다.

그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큰 격려를 받고 새힘을 얻게 되길 바란다.

그로 인해 조국에 있는 사람들이 한 가지 더 기쁨을 얻게 되길 바란다.

 

경기 진행중에는 여러가지 이벤트들이 진행되었다.

행운권 추첨 비슷한 선물 나눠주기, 노래하기, 응원하기 등의 홈펜에게 제공하는 행사들도 멋있었다. 매 회가 바뀔 때마다, 투수가 바뀔 때마다 막간의 시간을 통해 지루하지 않게 이벤트를 만들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멋있었다.

 

경기가 끝난 후에는 불꽃놀이를 했는데 내가 앉은 1루측에서는 정면으로 보이는 곳이라서 더욱 장관이었다. 약 8분 정도 쏘아 올렸는데 정신없을 정도로 폭죽을 터뜨렸다.

화약냄새와 폭음이 경기장을 가득 메웠고

구경하는 사람들의 감탄소리도 연이어 나왔다.

나중에는 모두 입만 벌리고 눈이 어리둥질할 정도였다.

 

오늘의 야구경기는 너무 재미있었다.

또 이런 경기를 보긴 참 어려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