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귀의 모든 것]‘방귀대장’ 건강엔 이상 없어요 |
시도 때도 없이 ‘뿡∼’. 혹시 병은 아닐까?
선이나 면접 등을 보는 중요한 자리에서 방귀가 나와 민망했거나 나오는 방귀를 참느라 고생했던 기억이 누구나 한번쯤은 있을 것이다. 방귀는 자연스러운 생리현상이지만 방귀를 너무 많이 뀌거나 냄새가 지독해서, 또는 소리가 커서 ‘혹시 병이 있는 건 아닌지’ 은근히 걱정을 하는 이들도 있다.
방귀와 건강은 어떤 관련이 있는지, 또 큰 소리가 나거나 고약한 냄새가 나는 이유는 무엇인지 알아보자.
◇방귀는 자연스러운 생리현상=방귀는 소장에서 미처 흡수되지 못한 음식물이 대장에서 살고 있는 세균에 의해 발효되면서 생긴 가스가 항문을 통해 빠져 나오는 현상. 이때 황을 포함한 가스가 많을수록 냄새는 고약해진다.
사람들은 누구나 의식하지 못하는 가운데 하루 평균 13번 가량 방귀를 뀐다. 이렇게 하루 동안 배출되는 가스의 양은 적게는 200㎖에서 많게는 1500㎖에 이르고, 평소에도 소장과 대장에는 200㎖ 정도의 가스가 항상 들어 있다.
방귀를 뀔 때 소리가 나는 것은 괄약근이 항문을 꽉 조여 주고 있는 상태에서 가스가 좁은 구멍으로 한꺼번에 배출되면서 항문 주변의 피부가 떨리기 때문이다.
을지대학병원 소화기내과 고병성 교수는 “가스의 양이 많거나 밀어내는 힘이 유난히 셀 때, 혹은 같은 양에 같은 힘을 주었다면 배출되는 통로가 좁을수록 소리가 크게 난다”며 “항문 질환이 없으면서 방귀 소리가 크다는 것은 직장과 항문이 건강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치질로 인해 통로가 부분적으로 막혔을 경우도 소리가 더 크다고 그는 덧붙였다.
◇음식 선택 잘 하면 냄새 걱정 사라져=유난히 방귀 냄새가 지독한 사람은 먹는 음식을 조절하는 게 좋다. 방귀 냄새가 지독하면 병이 숨어 있는 것으로 오해하는 사람이 많은데 방귀 냄새는 건강과 상관이 없다.
그럼 고약한 냄새의 주범은 무엇일까. 단백질이 많은 고기나 계란 등은 발효되면서 질소와 황을 발생시켜 지독한 냄새를 발생시킨다. 반면 상대적으로 탄수화물의 발효에 의해 방출되는 가스는 큰 소리를 동반하지만 냄새는 별로 고약하지 않다.
따라서 음식 종류만 잘 선택해도 방귀 걱정은 쉽게 사라진다. 먼저 껌이나 캔디는 공기를 자꾸 들이마시게 되어 장내 가스를 증가시키므로 가급적 피하고, 콜라, 사이다 등의 탄산음료도 되도록 멀리하는 것이 좋다.
또한 한국 사람은 우유를 먹으면 설사를 하거나 뱃속에 가스가 많이 차서 방귀를 자주 뀌게 되는 경우가 많다. 체질적으로 나이가 들면서 유당을 분해하는 효소가 감소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우유뿐 아니라 장에서 분해가 잘 안되어 가스를 많이 발생시키는 음식물들은 유제품, 콩 종류, 감자, 양파, 샐러리, 당근, 양배추, 건포도, 바나나, 살구, 자두, 감귤, 사과, 밀가루, 빵 등 많다.
몸은 건강하지만 방귀를 많이 뀌어서 불편한 사람은 이러한 음식들을 적게 먹으면 방귀의 양을 줄일 수 있다.
◇복통 등을 동반한 방귀는 위험신호=흔히 방귀를 뀌는 횟수를 건강과 연관지어 다양하게 해석하곤 한다. 예를 들면 건강한 사람이 방귀를 많이 뀐다고 하기도 하고, 반면 소화가 잘 안되는 무슨 병이 있지 않을까 걱정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방귀는 주로 먹은 음식물의 종류, 그리고 장에서 가스를 만드는 세균과 가스를 소모하는 세균과의 불균형(가스를 만드는 세균이 더 많은 경우) 때문에 발생한다. 건강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는 것이다.
또 냄새가 고약하다고 해서 대장 질병이 있다고 명확히 연관짓기는 어렵다. 대부분 유황 성분이 가스에 많이 포함돼 있을 경우 냄새가 심해진다. 물론 대장에 질환이 있어 음식물이 대장에 꽉 막혀있으면 가스가 더 많이 생겨 냄새가 지독해지겠지만, 일반적으로 방귀 냄새와 대장 질병을 연관짓기란 어렵다.
하지만 방귀와 함께 복통, 식욕부진, 체중감소, 불규칙한 배변 등의 증상이 동시에 나타나면 대장 질환을 알리는 신호음일 수도 있다. 30대 이후에 조절이 안되는 방귀와 이런 증상이 동반된 경우에는 대장 내시경을 포함한 소화기 계통의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도움말=을지대학병원 소화기내과 고병성 교수>
| |
|
|